2022.01.21.[제6차 K-바이오헬스포럼] 국민 보건 증진을 위한 일반의약품의 합리적 규제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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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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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화시대, 일반의약품 시장 확대돼야 효과적 대응 가능…일반의약품 합리적 규제방향 논의
[헬스컨슈머] 우리나라가 맞이할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바로 고령화 시대로의 진입이다. 2021년 기준 국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전체 인구의 16.5%로, 2025년에는 20.3%에 이르러 초고령화 시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의료비 규모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의료비 절감의 효과적 대안으로 일반의약품 시장이 확대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일반의약품 시장은 품목수 및 생산실적면에서 점차 위축되고 있는 실정이다. 제약사 역시 일반의약품보다 법적 제약이 적은 건강기능식품으로 눈길을 돌리면서 오히려 건기식 시장만 커지고 있다.
이에 지난 21일 ‘국민 보건 증진을 위한 일반의약품의 합리적 규제방향’이라는 주제로 제6차 K-바이오헬스포럼이 개최됐다. 전혜숙 국회의원을 비롯해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건강소비자연대, 헬스컨슈머 등이 주최·주관한 이번 포럼에서는 정은주 건강소비자연대 부총재가 좌장을 맡았으며 이원주 건강소비자연대 이사가 진행을 맡았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나와 일반의약품의 접근성과 편의성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 가운데, 약사의 전문성 활용을 두고 현직 약사와 정부 기관 측의 의견이 충돌하기도 해 해당 문제에 관해 지속적으로 논의가 이어져야 할 필요성이 부각되기도 했다.
■ 일반의약품 활성화 위해서는 별도 담당 조직 구성해야
현재 우리나라의 일반의약품 생산실적은 최근 12년간 2~3조 원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전문의약품은 2008년 9.6조 원에서 2020년 17.8조 원으로 늘어나는 등 일반의약품 대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허가된 품목수 역시 전문의약품은 2008년 9,072품목서 2020년 15,946품목으로 크게 증가했으나, 일반의약품은 오히려 6,681품목서 5,280품목으로 감소했다.
이러한 일반의약품 시장의 위축에는 여러 이유가 원인으로 꼽힌다. 먼저 경증질환에 대한 광범위한 보험급여와 일반 약을 대상으로 한 보험약가 적용 시스템, 그리고 의약품 인·허가 문제와 건기식 서장의 성장이다. 특히 건기식은 다양한 원료 사용 및 조제와 다름없는 의미를 지닌 소분 판매까지 곧 허용될 움직임이어서 사실상 일반약의 윗자리를 차지하게 되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첫 발제자로 나선 조민정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정책총괄팀장은 국내 일반의약품 활성화를 위한 허가제도 개선방안으로 먼저 일반의약품의 별도 담당 조직을 구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 팀장은 “미국과 일본 등에는 별도로 일반의약품을 담당하는 부서가 있다”며 “일본만 하더라도 2021년 셀프메드케이션(자가치료)을 추진하는 셀프메디케이션추진과를 신설해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기능을 부여했다”고 강조했다.
그 다음으로 표준제조기준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조 팀장은 “작년 11월에 표준제조기준이 대대적으로 확대되면서 경구용 젤리 등의 새로운 제형 등이 허용됐다”며 “이처럼 표준제조기준의 적절성 여부를 검토하고 관련자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절차를 공식화함으로써 확대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의 재분류 검토를 상시화해야한다고 전했다. 조 팀장은 “영국의 경우 매년 2회 조정을 실시해 전문의약품에서 일반의약품으로의 전환을 운영 중이고, 일본 역시 세금공제제도를 운영 중이다”라며 “우리나라도 (제약사에) 안전성 자료를 요구해서 상시적으로 전환을 해야한다”고 밝혔다.
■ 편의점 일반상비의약품, 소비자 건강 위협할 수도…해결 방안은?
두번째 발제자로는 이동한 대한약국학회 약업경영위원회부위원장이 나섰다. 이 부위원장은 먼저 편의점에서 안전상비의약품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는 일반의약품에 대해 설명했다. 지난 2012년 정부는 소비자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으로 타이레놀과 파스 제품 등 13개의 일반의약품을 편의점서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이후 10년간 연평균 16.8%의 성장률을 보이며 2,486억의 누적 매출을 기록하였다. 2019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편의점에서 약품을 구매한 소비자의 비율이 60%를 넘긴다는 것이 부위원장의 설명이다.
그러나 약사가 아닌 종업원이 별도의 안내 없이 판매하기 때문에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예컨대 술에 취한 손님이 타이레놀을 구입해도 편의점에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식이다. 이처럼 안전 사각지대에 놓인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공식적으로 편의점 일반의약품의 부작용에 관한 집계는 전혀 이뤄진 바가 없다.
또한 이 부위원장은 안전상비의약품이라는 명칭도 과연 적절한지 의문을 제기했다. 이 부위원장은 “상비약은 구급상비약과 가정상비약 두 개로 나뉜다. 안전상비약이라는 것은 없는 개념인데 그걸 편의점에서 파는 것이다”라며 “파스도 피부에 대한 가려움증이나 화상 등의 위험이 있는데 편의점에서는 이에 대한 설명을 전혀 들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오인 우려가 없는 명확한 명칭 및 제품 특성 변경 논의가 필요하며 ▲구매자가 편의점에 핸드폰 번호를 남기고 가면 약사가 직접 전화해서 점검해주는 안전장치를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를 듣던 정은주 건강소비자연대 부총재 역시 “약국 매장 직원이 약을 판매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파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라며 “확실히 현장에서 이런 모순이 있다”고 공감을 드러냈다.
■ 지나친 일반의약품 광고 규제, 시장 쇠퇴로 이어져
마지막 발제자로 나선 정재훈 전북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는 일반의약품의 대중광고 규제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1969년도만 해도 10개 광고 중 8개가 의약품 광고였으나 1988년 약사법시행규칙 위한 광고의 처벌규정이 강화된 이후 2011년도에는 4.8%의 비율로 크게 떨어졌다.
현재 의약품 광고 심의 현황을 살펴보면 거짓 및 과장 광고는 금지되고 있다. 소비자가 오인·혼동해 의약품을 오남용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런 이유로 일반의약품은 특정 표현을 쓰지 못하는데, 예컨대 비타민 제품의 경우 ‘만성피로’라는 말 대신 ‘육체피로’라는 말로 광고를 하는 식이다.
반면 건강기능식품은 광고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일반의약품 광고서 사용하지 못하는 ‘안전성’, ‘면역’, ‘스트레스’, ‘미세먼지’ 등의 문구를 사용할 수 있다. 이러한 규제는 자연스럽게 일반의약품 매출을 감소시키고 건강기능식품 시장을 활성화하는 한 요인이 된다는 것이 정 교수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정 교수는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을 반영해 광고 가이드라인을 개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 오늘 포럼 계기로 일반의약품 활류 지속적으로 논의되어야
이날 포럼에는 전혜숙 국회의원이 축사를 맡았다. 전 의원은 “코로나는 물론 새로운 감염병에 맞설 보건의료체계 정책을 마련하자는 데에서 시작한 포럼이 6회차를 맞았다”며 “애정을 갖고 함께 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서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2020년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외래진료 건수가 연간 16.6회로 OECD 국가에서 가장 높다”며 “이에 일반의약품이 주목 받고 있는 가운데, 약사가 판매하는 것이 아닌 일반인이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등의 문제로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오늘 포럼을 통해 일반의약품 활류를 함께 논의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희망의 뜻을 내비쳤다.
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역시 “정부가 국가 의료비 부담을 덜기 위한 각종 정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시점에서 의료비 절감을 위한 일반의약품 시장확대 논의는 시의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며 “식약처는 앞으로도 국민의 안전을 우선으로 하되 개선이 필요한 규제는 과감히 개선하고자 하며, 오늘 포럼서 제안해주는 여러 가지 의견을 통해 일반의약품 특성에 맞는 안전관리와 제조 지원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가겠다”고 전했다.
본격토론에는 양대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 행정사무관, 문은희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정책과 과장, 이소영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약품관리종합정보센터장, 권영희 서울시약사회장 당선인 겸 서울시의회 의원, 김병주 참약사그룹 대표 겸 대한약사회 약국의원, 조민정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정책총괄팀장, 이동한 대한약국학회 약업경영위원회부위원장, 정재훈 전북대학교 약학대학 교수가 참여했다.
앞서 발제에서는 일반의약품의 활성화를 위한 인허가 제도 개선방향과 별도의 담당 부서 개설 등이 논의됐다. 미국과 일본 등에는 별도의 일반의약품 및 셀프메디케이션(자가치료) 부서가 신설되었으나 우리나라는 아직 그렇지 못한 상태다. 건강보험 절감을 위해서는 해당 부서 신설이 꼭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또한 일반의약품이 편의점에서 판매되며 소비자가 건강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재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일반의약품만 하더라도 5000억 원에 달하지만, 정작 부작용에 대한 집계는 단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아 상당히 큰 문제로 여겨진다.
아울러 유독 일반의약품에 대해서만 과도한 광고 규제도 시장을 위축시키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건강기능식품 광고의 경우 ‘안전성’, ‘면역’, ‘스트레스’, ‘미세먼지’ 등의 문구를 사용해도 문제가 없지만, 일반의약품은 허용되지 않는다. 이러한 규제가 오히려 일반의약품 매출을 감소시킴으로써 국민 건강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 일반의약품 활성화 위한 ‘품목 수 확대’ 두고 갑론을박
이어진 토론에서 먼저 서문을 연 것은 문은희 식약처 의약품행정과 과장이었다. 문 과장은 “2010년 기준 일반의약품의 생산실적은 2조5300억 원인데 비해 전문의약품은 11조 원가량이다. 심지어 2020년에는 전문의약품 실적이 17조 원으로 뛰었다”며 “저는 이 통계를 보면서 오히려 일반의약품 활성화를 위해서는 품목 수 확대보다는 품질 좋은 제품 하나를 개발하는 것이 새로운 방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자신의 견해를 드러냈다.
이에 이소영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약품관리종합정보센터장은 “실제 약국에 들어가는 제품을 보면 2020년 기준 일반의약품이 54.5%고 전문의약품이 45.5%다”라며 “약국에서는 여전히 일반의약품이 가장 많이 팔리고 있는 셈”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이동한 부위원장이 ‘안전상비의약품’ 명칭을 지적했던 것을 언급하며 “편의점 의약품 판매는 ‘상비’라는 개념으로 출발을 했던 거다. 집에 있어야 하는 약이 없을 때 부득이하게 편의점을 찾는 것”이라며 “편의점을 찾는 것은 심야나 공휴일로, 국민 대부분이 평일에는 당연히 약국에 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일반의약품 부분에서 안전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특별한 위법 개념 없이 약을 본인이 먹고 다른 사람에게 선물하는 일이 빈번하다”고 공급 경로에 일부 문제가 있음을 시사했다.
이어 “저희도 그런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약의 공급 경로를 조회할 수 있는 시스템을 약사들이 적극 이용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며 “몇 월 며칠에 어떤 약이 무슨 경로를 거쳐서 어느 센터에 들어갔는지 약국에서 조회가 가능한데, 약사들이 워낙 바빠 다들 조회하지 않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 우리나라 약사, 전문성 활용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에 권영희 서울시약사회장 당선인이 반론을 제기했다. 권 회장은 “일반의약품 사각지대가 많다고 한 점은 굉장히 공감”이라면서도 “우리 약사들의 역할은 지역 주민들의 건강 관리를 하는 것”이라며 의약품 공급 신고 조회가 약사들의 전문성이 활용될 분야가 아님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이어 미국을 예시로 들며 미국의 경우 안전성이 확보된 전문의약품은 정기적으로 일반의약품으로 옮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 약사들과 논의해본 것에 의하면, 우리나라처럼 환자와 상담할 수 있는 능력의 가진 의사가 세계 어디에도 없다”며 “그 약사를 활용해서 식약처나 보건복지부가 지역주민건강관리를 진행한다면 보험비도 절감되고 국민 건강도 증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반의약품 활성화를 위해 품목 수 확대보다는 품질 좋은 제품 하나를 개발하는 것이 좋다는 문은희 과장의 의견에도 “절대 반대”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권 회장은 “약국에서 취급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이 굉장히 한정되어 있다”며 “보험 제정 역시 일반의약품으로 치료가 가능한 경증 환자들이 반드시 처방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 전문의약품을 복용하면서 낭비되는 것”이라며 일반의약품 표준제조기준을 확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이 모든 것이 말만 해서 되는 게 아니다”라며 “오늘부터 기구를 만들어서 시작할 것을 정부 부처 관계자들에게 공식적으로 제안한다”고 전했다.
김병주 대표 역시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커지고 일반의약품 허가 장벽은 높아지면서 약국의 어려움도 커지고 있다”며 “제도적 개선이 이뤄져 국가의료비가 절감되기를 하는 바람”이라고 현직 약사의 어려움을 드러냈으며, 정은주 건강소비자연대 부총재도 마찬가지로 “해외 직구를 통해 스테로이드 주사 및 항 정신성 의약품이 들어오고 있는 상황인데, 비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규제 강화가 아닌 전문가를 대상으로 강화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정부 부처가) 다시 검토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 “얘기해보겠다” 보건복지부 측 의견에…권영희 약사회장 “‘시작하자’고 확실히 제안드리는 것”
양대형 보건복지부 행정사무관은 우선 안전상비의약품이라는 명칭에 관해 “전문가 검토와 사회적 합의를 통해 붙은 용어”라며 “당장 바꾸기 어려운 점을 이해하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또한 안전성이 겸비된 공공심야약국을 언급하며 “작년에 공공심야약국에 대한 예산이 통과돼서 올해부터 설치되지 않은 시군구를 대상으로 지원할 예정”이라며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역시 약사 전문성을 활용해 투약·판매가 이루어질 수 있는지 제가 얘기해보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권영희 회장이 “전문의약품을 일반의약품으로 일부 전환해야 한다는 것에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고, 양대형 사무관은 “논의가 오랫동안 진행되지 않았던 것으로 아는데, 이 부분은 과장님과 국장님께 언급해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권영희 회장은 “‘고려해보겠다’ 이런 말은 안 하겠다는 말과 같다. ‘시작하자’고 저는 제안을 드리는 거다”고 확실한 뜻을 전달했다.
끝으로 정은주 박사는 “해당 주제에 관해 재차 포럼을 열 것을 약속드린다”며 “국민건강증진이라는 대전제를 놓고 행정당국과 업계가 상설하는 기구를 만들 수 있도록 빨리 추진해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일반의약품 시장은 품목수 및 생산실적면에서 점차 위축되고 있는 실정이다. 제약사 역시 일반의약품보다 법적 제약이 적은 건강기능식품으로 눈길을 돌리면서 오히려 건기식 시장만 커지고 있다.
이에 지난 21일 ‘국민 보건 증진을 위한 일반의약품의 합리적 규제방향’이라는 주제로 제6차 K-바이오헬스포럼이 개최됐다. 전혜숙 국회의원을 비롯해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건강소비자연대, 헬스컨슈머 등이 주최·주관한 이번 포럼에서는 정은주 건강소비자연대 부총재가 좌장을 맡았으며 이원주 건강소비자연대 이사가 진행을 맡았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나와 일반의약품의 접근성과 편의성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 가운데, 약사의 전문성 활용을 두고 현직 약사와 정부 기관 측의 의견이 충돌하기도 해 해당 문제에 관해 지속적으로 논의가 이어져야 할 필요성이 부각되기도 했다.
■ 일반의약품 활성화 위해서는 별도 담당 조직 구성해야
현재 우리나라의 일반의약품 생산실적은 최근 12년간 2~3조 원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전문의약품은 2008년 9.6조 원에서 2020년 17.8조 원으로 늘어나는 등 일반의약품 대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허가된 품목수 역시 전문의약품은 2008년 9,072품목서 2020년 15,946품목으로 크게 증가했으나, 일반의약품은 오히려 6,681품목서 5,280품목으로 감소했다.
이러한 일반의약품 시장의 위축에는 여러 이유가 원인으로 꼽힌다. 먼저 경증질환에 대한 광범위한 보험급여와 일반 약을 대상으로 한 보험약가 적용 시스템, 그리고 의약품 인·허가 문제와 건기식 서장의 성장이다. 특히 건기식은 다양한 원료 사용 및 조제와 다름없는 의미를 지닌 소분 판매까지 곧 허용될 움직임이어서 사실상 일반약의 윗자리를 차지하게 되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첫 발제자로 나선 조민정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정책총괄팀장은 국내 일반의약품 활성화를 위한 허가제도 개선방안으로 먼저 일반의약품의 별도 담당 조직을 구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 팀장은 “미국과 일본 등에는 별도로 일반의약품을 담당하는 부서가 있다”며 “일본만 하더라도 2021년 셀프메드케이션(자가치료)을 추진하는 셀프메디케이션추진과를 신설해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기능을 부여했다”고 강조했다.
그 다음으로 표준제조기준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조 팀장은 “작년 11월에 표준제조기준이 대대적으로 확대되면서 경구용 젤리 등의 새로운 제형 등이 허용됐다”며 “이처럼 표준제조기준의 적절성 여부를 검토하고 관련자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절차를 공식화함으로써 확대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의 재분류 검토를 상시화해야한다고 전했다. 조 팀장은 “영국의 경우 매년 2회 조정을 실시해 전문의약품에서 일반의약품으로의 전환을 운영 중이고, 일본 역시 세금공제제도를 운영 중이다”라며 “우리나라도 (제약사에) 안전성 자료를 요구해서 상시적으로 전환을 해야한다”고 밝혔다.
■ 편의점 일반상비의약품, 소비자 건강 위협할 수도…해결 방안은?
두번째 발제자로는 이동한 대한약국학회 약업경영위원회부위원장이 나섰다. 이 부위원장은 먼저 편의점에서 안전상비의약품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는 일반의약품에 대해 설명했다. 지난 2012년 정부는 소비자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으로 타이레놀과 파스 제품 등 13개의 일반의약품을 편의점서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이후 10년간 연평균 16.8%의 성장률을 보이며 2,486억의 누적 매출을 기록하였다. 2019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편의점에서 약품을 구매한 소비자의 비율이 60%를 넘긴다는 것이 부위원장의 설명이다.
그러나 약사가 아닌 종업원이 별도의 안내 없이 판매하기 때문에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예컨대 술에 취한 손님이 타이레놀을 구입해도 편의점에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식이다. 이처럼 안전 사각지대에 놓인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공식적으로 편의점 일반의약품의 부작용에 관한 집계는 전혀 이뤄진 바가 없다.
또한 이 부위원장은 안전상비의약품이라는 명칭도 과연 적절한지 의문을 제기했다. 이 부위원장은 “상비약은 구급상비약과 가정상비약 두 개로 나뉜다. 안전상비약이라는 것은 없는 개념인데 그걸 편의점에서 파는 것이다”라며 “파스도 피부에 대한 가려움증이나 화상 등의 위험이 있는데 편의점에서는 이에 대한 설명을 전혀 들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오인 우려가 없는 명확한 명칭 및 제품 특성 변경 논의가 필요하며 ▲구매자가 편의점에 핸드폰 번호를 남기고 가면 약사가 직접 전화해서 점검해주는 안전장치를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를 듣던 정은주 건강소비자연대 부총재 역시 “약국 매장 직원이 약을 판매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파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라며 “확실히 현장에서 이런 모순이 있다”고 공감을 드러냈다.
■ 지나친 일반의약품 광고 규제, 시장 쇠퇴로 이어져
마지막 발제자로 나선 정재훈 전북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는 일반의약품의 대중광고 규제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1969년도만 해도 10개 광고 중 8개가 의약품 광고였으나 1988년 약사법시행규칙 위한 광고의 처벌규정이 강화된 이후 2011년도에는 4.8%의 비율로 크게 떨어졌다.
현재 의약품 광고 심의 현황을 살펴보면 거짓 및 과장 광고는 금지되고 있다. 소비자가 오인·혼동해 의약품을 오남용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런 이유로 일반의약품은 특정 표현을 쓰지 못하는데, 예컨대 비타민 제품의 경우 ‘만성피로’라는 말 대신 ‘육체피로’라는 말로 광고를 하는 식이다.
반면 건강기능식품은 광고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일반의약품 광고서 사용하지 못하는 ‘안전성’, ‘면역’, ‘스트레스’, ‘미세먼지’ 등의 문구를 사용할 수 있다. 이러한 규제는 자연스럽게 일반의약품 매출을 감소시키고 건강기능식품 시장을 활성화하는 한 요인이 된다는 것이 정 교수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정 교수는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을 반영해 광고 가이드라인을 개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 오늘 포럼 계기로 일반의약품 활류 지속적으로 논의되어야
이날 포럼에는 전혜숙 국회의원이 축사를 맡았다. 전 의원은 “코로나는 물론 새로운 감염병에 맞설 보건의료체계 정책을 마련하자는 데에서 시작한 포럼이 6회차를 맞았다”며 “애정을 갖고 함께 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서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2020년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외래진료 건수가 연간 16.6회로 OECD 국가에서 가장 높다”며 “이에 일반의약품이 주목 받고 있는 가운데, 약사가 판매하는 것이 아닌 일반인이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등의 문제로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오늘 포럼을 통해 일반의약품 활류를 함께 논의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희망의 뜻을 내비쳤다.
김강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역시 “정부가 국가 의료비 부담을 덜기 위한 각종 정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시점에서 의료비 절감을 위한 일반의약품 시장확대 논의는 시의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며 “식약처는 앞으로도 국민의 안전을 우선으로 하되 개선이 필요한 규제는 과감히 개선하고자 하며, 오늘 포럼서 제안해주는 여러 가지 의견을 통해 일반의약품 특성에 맞는 안전관리와 제조 지원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가겠다”고 전했다.
본격토론에는 양대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 행정사무관, 문은희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정책과 과장, 이소영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약품관리종합정보센터장, 권영희 서울시약사회장 당선인 겸 서울시의회 의원, 김병주 참약사그룹 대표 겸 대한약사회 약국의원, 조민정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정책총괄팀장, 이동한 대한약국학회 약업경영위원회부위원장, 정재훈 전북대학교 약학대학 교수가 참여했다.
앞서 발제에서는 일반의약품의 활성화를 위한 인허가 제도 개선방향과 별도의 담당 부서 개설 등이 논의됐다. 미국과 일본 등에는 별도의 일반의약품 및 셀프메디케이션(자가치료) 부서가 신설되었으나 우리나라는 아직 그렇지 못한 상태다. 건강보험 절감을 위해서는 해당 부서 신설이 꼭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또한 일반의약품이 편의점에서 판매되며 소비자가 건강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재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일반의약품만 하더라도 5000억 원에 달하지만, 정작 부작용에 대한 집계는 단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아 상당히 큰 문제로 여겨진다.
아울러 유독 일반의약품에 대해서만 과도한 광고 규제도 시장을 위축시키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건강기능식품 광고의 경우 ‘안전성’, ‘면역’, ‘스트레스’, ‘미세먼지’ 등의 문구를 사용해도 문제가 없지만, 일반의약품은 허용되지 않는다. 이러한 규제가 오히려 일반의약품 매출을 감소시킴으로써 국민 건강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 일반의약품 활성화 위한 ‘품목 수 확대’ 두고 갑론을박
이어진 토론에서 먼저 서문을 연 것은 문은희 식약처 의약품행정과 과장이었다. 문 과장은 “2010년 기준 일반의약품의 생산실적은 2조5300억 원인데 비해 전문의약품은 11조 원가량이다. 심지어 2020년에는 전문의약품 실적이 17조 원으로 뛰었다”며 “저는 이 통계를 보면서 오히려 일반의약품 활성화를 위해서는 품목 수 확대보다는 품질 좋은 제품 하나를 개발하는 것이 새로운 방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자신의 견해를 드러냈다.
이에 이소영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약품관리종합정보센터장은 “실제 약국에 들어가는 제품을 보면 2020년 기준 일반의약품이 54.5%고 전문의약품이 45.5%다”라며 “약국에서는 여전히 일반의약품이 가장 많이 팔리고 있는 셈”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이동한 부위원장이 ‘안전상비의약품’ 명칭을 지적했던 것을 언급하며 “편의점 의약품 판매는 ‘상비’라는 개념으로 출발을 했던 거다. 집에 있어야 하는 약이 없을 때 부득이하게 편의점을 찾는 것”이라며 “편의점을 찾는 것은 심야나 공휴일로, 국민 대부분이 평일에는 당연히 약국에 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일반의약품 부분에서 안전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특별한 위법 개념 없이 약을 본인이 먹고 다른 사람에게 선물하는 일이 빈번하다”고 공급 경로에 일부 문제가 있음을 시사했다.
이어 “저희도 그런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약의 공급 경로를 조회할 수 있는 시스템을 약사들이 적극 이용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며 “몇 월 며칠에 어떤 약이 무슨 경로를 거쳐서 어느 센터에 들어갔는지 약국에서 조회가 가능한데, 약사들이 워낙 바빠 다들 조회하지 않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 우리나라 약사, 전문성 활용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에 권영희 서울시약사회장 당선인이 반론을 제기했다. 권 회장은 “일반의약품 사각지대가 많다고 한 점은 굉장히 공감”이라면서도 “우리 약사들의 역할은 지역 주민들의 건강 관리를 하는 것”이라며 의약품 공급 신고 조회가 약사들의 전문성이 활용될 분야가 아님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이어 미국을 예시로 들며 미국의 경우 안전성이 확보된 전문의약품은 정기적으로 일반의약품으로 옮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 약사들과 논의해본 것에 의하면, 우리나라처럼 환자와 상담할 수 있는 능력의 가진 의사가 세계 어디에도 없다”며 “그 약사를 활용해서 식약처나 보건복지부가 지역주민건강관리를 진행한다면 보험비도 절감되고 국민 건강도 증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반의약품 활성화를 위해 품목 수 확대보다는 품질 좋은 제품 하나를 개발하는 것이 좋다는 문은희 과장의 의견에도 “절대 반대”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권 회장은 “약국에서 취급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이 굉장히 한정되어 있다”며 “보험 제정 역시 일반의약품으로 치료가 가능한 경증 환자들이 반드시 처방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 전문의약품을 복용하면서 낭비되는 것”이라며 일반의약품 표준제조기준을 확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이 모든 것이 말만 해서 되는 게 아니다”라며 “오늘부터 기구를 만들어서 시작할 것을 정부 부처 관계자들에게 공식적으로 제안한다”고 전했다.
김병주 대표 역시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커지고 일반의약품 허가 장벽은 높아지면서 약국의 어려움도 커지고 있다”며 “제도적 개선이 이뤄져 국가의료비가 절감되기를 하는 바람”이라고 현직 약사의 어려움을 드러냈으며, 정은주 건강소비자연대 부총재도 마찬가지로 “해외 직구를 통해 스테로이드 주사 및 항 정신성 의약품이 들어오고 있는 상황인데, 비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규제 강화가 아닌 전문가를 대상으로 강화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정부 부처가) 다시 검토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 “얘기해보겠다” 보건복지부 측 의견에…권영희 약사회장 “‘시작하자’고 확실히 제안드리는 것”
양대형 보건복지부 행정사무관은 우선 안전상비의약품이라는 명칭에 관해 “전문가 검토와 사회적 합의를 통해 붙은 용어”라며 “당장 바꾸기 어려운 점을 이해하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또한 안전성이 겸비된 공공심야약국을 언급하며 “작년에 공공심야약국에 대한 예산이 통과돼서 올해부터 설치되지 않은 시군구를 대상으로 지원할 예정”이라며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역시 약사 전문성을 활용해 투약·판매가 이루어질 수 있는지 제가 얘기해보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권영희 회장이 “전문의약품을 일반의약품으로 일부 전환해야 한다는 것에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고, 양대형 사무관은 “논의가 오랫동안 진행되지 않았던 것으로 아는데, 이 부분은 과장님과 국장님께 언급해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권영희 회장은 “‘고려해보겠다’ 이런 말은 안 하겠다는 말과 같다. ‘시작하자’고 저는 제안을 드리는 거다”고 확실한 뜻을 전달했다.
끝으로 정은주 박사는 “해당 주제에 관해 재차 포럼을 열 것을 약속드린다”며 “국민건강증진이라는 대전제를 놓고 행정당국과 업계가 상설하는 기구를 만들 수 있도록 빨리 추진해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